성장통을 겪고있는 내 친구에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즐겨마시기는 하지만 술자리를 조금은 가리는 편이고 누구나 그렇겠지만 좀 더 편한 사람들과 어울리길 좋아한다. 네이트온이든 메일이든 전화든 내가 먼저 연락하는 일이 정말 드문데, 어제, 늘 그랬듯이 네이트온으로 술 한 잔 하자는 친구의 메세지가 날아왔다.

월요일부터 술이라니...! 라는 생각보다는 사실 왠지 그 날은 술이 고팠다. 술 한 잔 하자는 친구의 속사정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나도 술 생각이 간절한 하루였기에 곧바로 짐을 싸들고 술자리를 향했다.

나는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고 정리하기를 좋아하고 계획된 삶을 살기를 지향한다. 사실은 그 결과물이 오늘의 나이고, 이를 통해 내일의 나를 예상해보기도 한다. 어제만난 내 친구는 이런 내가 부러웠단다. 사실 이런 나를 부러워하는 친구는 한 명이 아니다. 언제 만나도 한결같고 변함이 없고 흔들림이 없는 모습, 힙합모자와 찢어진 청바지 보다는 정장이 어울리고 반듯한 셔츠가 어울리는 사람, 그게 바로 내 모습이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이 싫었다. 23년을 너무 FM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나는 종종 일탈을 꿈꿨다. 처음엔 여행을 통해, 많은 활동들을 벌여가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가며 일탈을 꿈꾸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내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거나 여러 활동을 하는 편에 속했는지도 모르겠다.

내 친구는 이런 나를 보면서 이제 자신의 색깔을 찾고싶어 하는 것 같다. 아마도 그 시작을 '글쓰기'로 시작하려는 것 같은데, 정말 잘 선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FM으로 살아 올 수 있었던 배경, 남들보다 뚜렷한 가치관과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 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꾸준한 글쓰기'를 첫번째로 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조금 어려울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읽으면 조금 어려울 수도 있는데 그야말로 '꾸준한 글쓰기'는 좀 더 완벽에 가까운 '글쓰기'의 가장 좋은 훈련법이다. 한 번은 '언어'가 있어서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지, '생각'이 있어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매우 철학적인 고민에 빠진 적이 있었는데(2004년 고3 즈음), 사실 글쓰기도 그와 다름아니다. 나의 자아를 만들고 나의 철학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글쓰기 자체다! 내 머릿속의 부스럼들과 모든 것들을 끄집어 내어 글로 만들었을 때 비로소 내 자아가 되는 것이고 내 철학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단한 사상가나 철학자는 아니지만 분명히 나만의 철학이 있고 생각이 있다. 이는 '언어'나 '생각' 만으로 끝날 수 있었던 기억의 조각들을 메모하고 낙서하고 글로 옮기면서 하나 둘 '내 것'으로 만들었고, '꾸준한 글쓰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이제 나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좀 더 괴짜가 되길 원한다. 대부분의 문예인들이 그러했듯이, 철학가들이 그러했듯이 좀 더 똘끼 충만한 사람이 되고싶다. 여태 쌓은 철학의 뼈대에 다양한 경험이라는 살을 붙라서 '이것이 바로 인스카다!' 라고 말하고 싶다.

In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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