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 속의 기독교와 종교 다원주의
Christianity and Religions pluralism in The Matrix
읽기와 쓰기 기말보고서
숭실대학교 물리학과
20061471 이인석
웹문서에서는 주석 생략.
1. 서론 : 매트릭스, 신화, 그리고 기독교
인간은 신화적인 존재 혹은 다른 식으로 말하자면 “세계를 만드는”존재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삶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기 위해 서사적인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파악한다. 이런 면에서 신화는 단지 “동화 같은 이야기” 혹은 날조된 역사가 아니다. 오히려 신화는 삶을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공포와 염원에 대한 깊이 있는 표현이며, 인생에 대한 상징적인 이해의 소산이다.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 수많은 고대 문명의 창조 설화, 민족 시조의 일대기, 심지어 <스타워즈>와 같은 현대 영화조차도 신화로 볼 수 있다. 우리는 부분적인 역사적 사실, 부분적인 상상적 허구, 때로는 완전히 꾸며진 상상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를 보고 세계 속에서 우리의 경험을 해석한다. 보통 현실의 삶 속에서 신화적인 상징이나 서사적인 모티프를 끌어내어 그 의미를 새롭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변형시킨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매트릭스>라는 영화에서 신화적인 상징과 기독교적인 모티프를 찾아서 그 의미를 밝혀보고자 한다.
2. 본론1 : 매트릭스 속의 기독교 모티프
매트릭스는 기독교의 메시아 모티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신에 대한 이야기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매트릭스는 기독교적 우화들로 가득하며 ‘네오’는 컴퓨터로 만들어진 꿈의 세계로부터 인류를 해방시키리라는 예언의 메시아임이 밝혀진다. 또한 트리니티나 사이퍼(유다의 역할을 하지만, 이름은 루시퍼를 암시) 같이 기독교적 상징을 짙게 띤 이름들을 상징하고 있다. 영화를 촬영한 빌 포프는 또 “이 영화는 꽤 복잡한 그리스도 이야기이며 비 기독교인들에게는 신화적인 이야기다. 많은 감독들과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 장르는 ‘탄생’인데 매트릭스 또한 ‘메시아의 탄생’을 다룬 이야기이다.” 라고 말한다. ‘메시아의 탄생’은 명쾌한 선악 대결 구도의 일부이며, 이를 통해 사이비 심오함, 과장된 대사, 종교적이고 우의적인 색조를 사용하고 있다. 신화적인 내용을 벗어나 보면 매우 철학적인 내용들이라 할 수 있다. 비기독교인 입장에서 기독교를 단군 신화나 그리스 신화처럼 하나의 신화로 본다면,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기독교 신화를 인정한다면 <매트릭스>라는 영화 내에서 몇 가지 기독교 신화적인 모티프를 찾아 볼 수 있다.
가. 메시아&네오
영화 내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주인공이며, 모피어스와 저항군들에게는 메시아이다. 디지털 신호들로 이루어진 매트릭스 내에서 인류를 구원할 구원자 메시아가 바로 네오이며 이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라 할 수 있다. 네오는 영화 시작 부분에서 토마스 앤더슨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데, 이 이름은 영화의 기독교적 성격을 심화한다. 성과 이름 모두 분명한 기독교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부활했다는 소식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제자인 “의심하는 토마스(한글 성경에는 도마로 번역돼있다.)”와 마찬가지로 네오는 매트릭스의 비실재성, 자기 자신의 능력, 그리고 ‘그’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심들로 괴로워한다. ‘앤더슨(앤드루의 아들이라는 의미의 스웨던어)’은 사람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어근 'andr'에서 파생되었다. 그러므로 어원적으로 앤더슨은 ‘사람의 아들’을 의미하는데 예수는 종종 자신을 가리켜 ‘사람의 아들’이라고 칭하곤 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기독교에서의 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지만 네오는 저항군에게 발탁되어 길러지는 형태를 갖는다.
나. 요한&모피어스
예수께 세례를 준 자는 바로 세례 요한이다. 네오가 메시아 예수의 역할이었다면 모피어스는 메시아 예수에게 세례를 한 요한으로 연결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다. 세상&매트릭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세상은 예수께서 구원할 인류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이며, 무지한 인류는 현재 살고 있는 세상만 인식할 뿐 천국이라는 내세를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몇몇 기독교인들만 깨어서 내세라는 게 있음을 자각할 뿐이다. 이처럼 세상에 대응하는 것이 영화 매트릭스의 매트릭스다.
라. 루시퍼&사이퍼
루시퍼는 천사였으나 악마의 꼬임에 넘어가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영화 내에서 동료들을 죽이고 매트릭스 안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이퍼가 이에 해당한다.
앞에서 살펴본 4가지의 굵직한 기독교적 모티프 외에도 성부성자성령을 뜻하는 트리니티, 저항군이 타고 다니는 네부카드네자르호, 저항군이 지키고자 하는 시온 등이 기독교에서 가져온 모티프라 할 수 있으며, 워쇼스키 감독은 이 모티프들을 영화 전반에 걸쳐 배치했다.
3. 본론2 : 매트릭스 속의 종교 다원주의
영화 <매트릭스>는 워쇼스키 감독이 말한 것처럼 분명 기독교 모티프를 사용한 영화이지만 ‘기독교 영화’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反기독교적인 내용들이 영화 전반에 포함되어 있다. <매트릭스>는 기독교적 모티프뿐만 아니라 불교, 도교, 동양사상 등과 동양의 전통 무예인 쿵푸 등의 요소를 짜깁기 할 뿐만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종교적 다원주의를 제시한다. 워쇼스키 형제가 이 영화를 통해 특정한 종교적 혹은 철학적인 발상들을 지지하려고 의도했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들은 흥미로운 영화 현대적 의미로 충만한 신화들로 양념한 자극적이면서도 지적인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즉, 아무런 의미 없는 이름의 인물들이 나와서 총질하고 싸우는 것보다는 기독교적이든 반 기독교적이든 신화적, 철학적 요소로 포장된 인물들이 나오는 것이 세련돼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독교적 모티프로 시작된 요소들의 포장을 통해 조금은 세련돼 보이고 화려한 액션이 가능했을지는 모르지만, 이로 인해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이론, 스릴 만점의 특수 효과. 슈퍼맨 식 영웅주의를 엉망으로 뒤섞은 허세뿐인가?”라는 비평을 피할 수는 없었다.
4. 결론 : 영화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야
영화 속 기독교 내용들과 반 기독교적 내용을 찾다가 <매트릭스>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영화 <매트릭스>는 겉으로는 기독교적 내용을 잘 포장해서 보여주고 있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분명 포스트모더니즘이 내재되어 있고,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기독인들에게 신앙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네오가 분명 기독교의 메시아 모티프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사랑과 평화를 지향해야 할 예수 네오가 폭력을 사용하며, 심지어는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기독교적 영화네’라고 생각하며 <매트릭스>를 보게 되면, 자연스레 폭력 등의 모티프가 기독교와 융합되어 보여지는 것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기독교적 모티프와 이런 지적인 모티프들을 가져다 사용하면서 좀 더 세련된 액션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그의 의도대로 세련된 액션을 보여줬다. 하지만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 때 영화 <매트릭스>는 기독교에 대한 편협된 시각을 갖게 하고 인간중심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지향하는 영화라고 평가 할 수 있으며, 이는 크리스천들이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다. 영화를 보더라도 어떠어떠한 모티프들이 사용되었고, 자신이 아는 성경적 지식과 모티프로 사용된 부분들을 구분하여 올바른 세계관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영화를 볼 때 전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구별하며 볼 수 있도록 비판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야한다.
참고문헌
Gregory Bassham 「모든 종교는 참되다 : <매트릭스>가 보여 주는 종교적 다원주의」슬라보예 지젝 외 저, 이운경 민병직 옮김 매트릭스로 철학하기』
James Ford 「불교, 신화, 매트릭스」글렌예페스 편저, 이수영 민병직 옮김『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